드라마 시티 - 홍시

나다/일상 | 2005/09/20 20:31 | 보보
능금 - 김춘수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 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성장기에 겪는 짝사랑의 아픔을 잘 표현한 '홍시'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제자가 함께 읊은 시다.

시는 능금이지만 드라마 제목이 홍시인 이유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랑의 매개물이 홍시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홍시를 잘 안먹던 주인공이 젊은 새엄마가 오면서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고 그녀가 좋아하는 홍시도 좋아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 국어 선생님이 된 주인공이 홍시를 좋아하는걸 알고 그를 짝사랑하는 제자가 매일 그의 책상에 홍시를 놓아두어 자신을 알아주기만을 기다리지만 그에게 있어 그녀는 제자일 뿐이다. 그의 새엄마에게 그는 단지 아들이었듯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얘기라 어느 누가 보아도 재미있게 보리라 생각된다.
2005/09/20 20:31 2005/09/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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